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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AX는 어려운가

회사들이 AX(AI 전환)로 기대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손으로 반복하던 일을 없애는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AI 덕분에 그런 자동화를 만드는 일은 비개발자도 할 수 있을 만큼 쉬워졌습니다. 그런데 그 자동화를 회사 안에서 운영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AX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크게 걸리는 것은 이 부분입니다.

반복되는 일 상당수는 정해진 규칙대로 하면 되는 일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때그때 판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고객 문의에 답장 초안을 쓰거나 긴 회의록을 요약하는 일은 내용이 매번 달라서, 읽고 판단해야 합니다. 채팅형 AI가 잘하는 일이 바로 이런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해진 규칙대로 하면 되는 일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시스템에서 지난주 매출을 내려받아 엑셀로 정리하고, 팀 채팅방에 올리는 일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이 일은 매주 같은 순서로 같은 작업을 합니다. 판단할 것은 거의 없고, 시간만 듭니다.

AI가 주목받으면서 사람들은 주로 앞의 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회사원 대부분은 뒤의 일도 일일이 손으로 해 왔습니다. 정해진 규칙대로 하면 되는 일에도 자동화할 기회가 많습니다. 규칙이 정해져 있으니 사람이 매번 지켜볼 필요 없이, 정해 둔 대로 돌아가게만 하면 됩니다.

사람 없이 돌아가야 자동화다

채팅창에서 AI에게 맡기는 일은 사람이 직접 시킬 때만 돌아갑니다. 정해진 규칙대로 하면 되는 일을 자동화하려면 사정이 다릅니다. 매주 월요일 매출을 정리하는 일은 세 가지로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 루틴: 매주 월요일 오전 9시마다 AI가 지난주 매출을 모아 팀 채팅방에 올리도록 걸어 둡니다.
  • 대시보드: 팀원 누구나 아무 때나 열어서 지난주 매출을 볼 수 있는 화면을 만듭니다.
  • 간단한 서비스: 동료들이 각자 이번 달 매출 목표를 입력하면 실제 매출과 비교한 달성률을 함께 볼 수 있는 화면을 만듭니다.

세 가지 모두 만든 사람 없이도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만든 것을 배포할 서버, 만든 것이 쓸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매출이나 고객 정보 같은 회사 데이터입니다. 루틴에서 간단한 서비스로 갈수록 필요한 인프라도 늘어납니다.

자동화서버데이터베이스회사 데이터
루틴필요 없음필요 없음필요
대시보드필요필요 없음필요
간단한 서비스필요필요필요

루틴은 AI 도구가 정해진 시간에 대신 실행해 주므로 따로 서버가 없어도 되지만, 회사 데이터에는 접근해야 합니다. 대시보드는 팀원 누구나 접속하는 웹 페이지라서 서버에 배포해야 합니다. 간단한 서비스는 여기에 더해 동료가 입력한 목표를 저장해야 하니 데이터베이스까지 필요합니다.

코드 작성은 더 이상 막히는 곳이 아니다

자동화에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 자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개발자들은 늘 만든 것을 서버에 올리고, 데이터베이스와 회사 데이터를 연결해 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누가 만드느냐입니다.

모델이 발전하면서 코드 작성이 쉬워졌습니다. 이제 비개발자도 AI에게 “매주 월요일 지난주 매출을 모아 팀 채팅방에 올리는 코드를 작성해 줘”라고 요청하면 동작하는 코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코드를 작성하려면 사내 개발자에게 부탁하거나 외주를 맡겨야 했습니다.

그때는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이 곧 개발자였습니다. 개발자는 사내에 있든 외주로 일하든, 회사가 관리하는 계정과 검토 절차, 배포 과정 안에서 일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인프라를 누구에게 제공할지 따로 고민할 일이 적었습니다.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제공하면 됐기 때문입니다. 이제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은 크게 늘었지만, 인프라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대로입니다.

회사가 권한을 주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회사가 비개발자에게도 인프라를 제공하면 될 것 같지만, 회사는 인프라를 제공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세 가지 일을 걱정합니다.

  • 데이터 유출: 고객 정보가 담긴 회사 데이터에 연결한 자동화가 결과를 엉뚱한 채팅방이나 외부 서비스로 보낼 수 있습니다.
  • 아무도 검토하지 않은 코드: 개발팀은 서로 코드를 검토한 뒤 배포합니다. 비개발자는 AI로 작성한 코드를 자기도 다 읽지 못한 채 올릴 수 있고, 그 코드가 실수로 실제 데이터를 지우거나 고칠 수 있습니다.
  • 운영 책임: 만든 사람 말고는 그 자동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만든 사람이 부서를 옮기거나 회사를 떠나면 관리할 사람도 함께 사라집니다.

회사가 지키려는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알아보고 고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회사가 망설이는 것은 비개발자가 만든 것을 책임질 구조가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타협해도 검토할 일은 쌓인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중간에서 타협합니다. 비개발자에게 SQL 조회 권한을 제한된 조건으로 줍니다. 개인 정보는 가리고, 정해 둔 테이블만, 읽기 전용으로 엽니다.

이 권한이 있으면 지난주 매출을 직접 조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 권한을 보통 그 사람의 계정에, 회사가 정한 조회 도구 안에서 쓰라고 줍니다. 인프라 세 가지 중 회사 데이터 하나만, 그것도 사람이 직접 조회한다는 전제로 준 것입니다.

같은 조회를 자동화에 맡기려면 조건이 달라집니다. 루틴이라면 만든 사람이 회사 데이터에 접속하는 정보를 AI 도구에 넘겨야 하고, 매출은 회사 밖 서비스를 거쳐 팀 채팅방으로 나갑니다. 대시보드라면 서버를, 간단한 서비스라면 데이터베이스까지 회사가 제공해야 합니다. 그 순간 누군가는 무엇이 올라가고, 무엇이 쌓이고, 어디로 나가는지 보안상 괜찮은지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개발팀과 보안팀은 이 검토를 한 번으로 끝낼 수 없습니다. AX는 몇 사람이 큰 시스템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작은 자동화를 많이 만드는 일입니다. 마케팅팀 열 명이 각자 두세 개씩 만들면 검토할 것이 수십 개가 되고, 개발팀과 보안팀은 내용이 바뀔 때마다 다시 봐야 합니다. 검토를 맡는 개발팀과 보안팀은 그대로인데, 검토할 것은 만드는 사람 수만큼 쌓입니다.

앞선 회사들도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AX에 앞선 회사들은 이 문제를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풀고 있습니다. Shopify는 직원만 접속할 수 있는 사내 서버를 마련하고, 데이터베이스와 AI도 바로 쓸 수 있게 갖춰 둡니다. Ramp는 비개발자가 AI로 작성한 코드도 PR로 올리고, 요청한 사람이 스스로 승인하지 못하게 합니다. Every는 회사 전체가 함께 쓰는 AI 에이전트 하나를 두고, 데이터 연결과 작업 흐름을 그 안에서 관리합니다.

세 회사 모두 비개발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프라 권한을 따로 주지 않습니다. 회사가 비개발자용 인프라를 하나 마련하고 규칙을 미리 정해 두면, 비개발자는 그 안에서 만들고 운영합니다.

앞선 회사들의 방식에도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Shopify는 사내 서버에 올리기 전에 검토하지 않고, 올라온 페이지마다 책임질 사람도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Every는 직원마다 에이전트를 주던 방식을 1년 가까이 시도한 끝에 지금의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프라는 직접 만들고 운영할 개발팀이 있어야 마련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회사에는 그만한 개발팀이 없습니다.

비개발자가 만든 자동화를 회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누가 책임질지는, 앞선 회사들도 만들고 고치며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